2014년 8월 10일 일요일

군대에서 귀신 본 이야기


1. 유명한 토박이 귀신 

부대에서 아주 유명한 귀신이었는데, 여성형이고, 특이하게도 얼굴만 (머리만) 통통 튀어다닌다고 합니다. 

머리카락도 길고, 아주 예쁘다는 게 공통적인 진술. 

워낙 흔하게 발견되는 귀신이어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었지요. 

제 생각엔 군인들의 삐뚫어진 성욕이 그런 방식으로 투영되는 것 같았습니다만... 무튼 

저한테 얘기를 들려준 취사병 친구는 

거대하고 우람한 육체를 지니고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근육형 인간이었습니다. 

부대마다 한 명씩은 꼭 있는 굇수. 

K-3를 한 손으로 권총처럼 들어올릴 수 있는 놈이었지요. 

그런 녀석이 해주는 말이라서 더 그럴싸하게 들린 것도 있습니다 ㅋㅋ 


얘가 밤에 자는데, 

이상한 기운에 눈을 떠 보니 몸이 안 움직이더랍니다. 가위라고는 생전 눌려본 일이 없던 터라 

무식하게 힘을 써서 몸을 움직이려고 끙끙거리는데 

시야 한켠에 뭔가 새하얀게 통, 통, 움직이더랍니다 

올려다보니까 

관물대 위에 올려놓은 군장들 위로 웬 허연 게 통통 튀어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어? 축구공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 머리! 그것도 여자 머리통! 

소름이 쫙 돋는 순간 그 여자랑 눈이 딱 마주쳤답니다 

눈이 마주치니까 머리만 있는 여자가 씩 웃더니 통, 통 튀어서 자기 발치로 툭, 떨어져서는 

통, 하고 가슴 위로 올라와 노려보더라는 겁니다 

가슴이 묵직한 감각이 생생했다고 진술하더군요 

무섭긴 오질라게 무서운데 

자세히 보니까 

여자 얼굴이 

너무... 너무 예쁜겁니다. 

무서운 와중에서도 너무 예뻐서 넋놓고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슬몃 웃었는데 

얘가 웃으니까 

여자 귀신이 기분이 상했는지 인상을 팍! 쓰더니 다시 통, 통, 하고 관물대 위로 올라가 사라지더라고... 

아쉽게 그 뒷모습을 보다가 소르륵 다시 잠들었다고 합니다. 


통, 통, 하는 의성어가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어요. 

몸은 무슨 헤라클레스같은 놈이 헤벌쭉 웃으면서 서툴게 이야기하는 게 귀엽기도 했고... 

이 토착민귀신의 목격담은 우리 소대나 중대뿐만 아니라 다른 중대에서도 엄청 많았는데 

너무 많아서 그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얘의 경험담만 추립니다. 

저는 그 귀신을 본 적이 없어서 조금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걸 후술합니다. 얼마나 예쁘길래 저 난리지? 싶었어요. 




2. 불침번 귀신 

이것도 마찬가지로... 억지로 잠에서 깨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 +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꿈 비슷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는, 아무튼 

불침번을 설 때마다 가끔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지르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이등병들만 그러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상병장도 가끔 꽥꽥거려서 

불침번을 설 때, 우리 부대같은 경우는 

생활관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문에 달린 작은 창문을 들여다보며 인원체크를 하는 게 정석이었어요 

작은 창문은 불빛 새 들어오지 말라고 천쪼가리로 막아 두었구요 

그런데 

불침번을 돌다가 그 천조각을 걷어내면 

눈코입을 알기 힘든 사람 얼굴이 떡, 하고 나타난다는 겁니다 

유리에 비친 니 얼굴이예요 등신아 ㅋㅋㅋ라고 하기에는 

기겁해서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는데도 얼굴이 그대로 있었다... 는 진술이 더해졌었습니다. 

주저앉았으면 천조각도 다시 내려갔을텐데 어떻게 봤냐? 라고 쏘아주기에는 그 썰을 듣는 다른 장병들의 기세가 너무 용맹하여... 




3. 작성자를 지켜보고 있는 귀신 

요건 약간 섬뜩했는데 

여느때처럼 시커먼 남자 수십명이 생활관에 누워서 잠들기 직전 

오늘도 풀어보는 재미있는 군대썰! 을 하는 시간에 

무서운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누가 그러는겁니다 

"아 ㅋㅋ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저 불침번 서다가 글쓴이일병님 자리에서 이상한 거 봤습니다." 

응? 뭔데? 

"누가 복도에 서서 일병님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키가 2미터쯤 되고, 검은 두루마기같은 거 입고 모자를 쓴 것 같았습니다. 저승사잔 줄 알고 개깜놀했지말입니다 ㅋㅋ" 

뭐, 그건 그렇다 치는데 그 얘길 듣고 있던 모 병장님이 

"와나 신발 나 방금 완전 소름돋았어! 야 나도 며칠전에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일어나봤는데... 작성자 새끼 머리맡에 시커먼 사람이 서 있는 거 봤어!" 

하는겁니다. 

그놈의 이상한느낌은 왜 항상 자는 도중에 찾아오는지... 아무튼. 그 얘기를 듣던 한 명이 꽥꽥거리면서 자기도 봤다고, 시커먼 옷 입고 중절모자같은 걸 쓰고 있었다고 첨언하는겁니다. 

그리고... 시끄럽게 굴었다고 당직사관한테 털리고 다들 입을 닫았습니다. 


이야기의 공통점은 '어떤 귀신이 숏맨 너님 머리맡에서 너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는 겁니다. 

까만 두루마기같은 옷, 중절모자같은 걸 쓰고 있었다는 점이 공통점이었습니다. 막상 그 귀신 얼굴을 본 사람은 없는데 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증언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고 합니다. 

문제는 

막상 저는 그 귀신을 전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는 거죠 

다들 떠들어대긴 했는데, 막상 저는 별 생각 없이 잘 지냈습니다. 

나중엔 분대장이 "너... 자는 자리... 바꿔줄까?" 하고 은근하게 물어보는데 싴하게 괜찮쑴다! 했지요. 별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 수호령처럼 지켜주고 계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군생활 내내 몇가지 사소한... 에피소드 말고는 별 일 없었거든요. 최소한 크게 다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 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관련된 어린시절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서, 짐작이 가는 구석도 있구요. 





4. 취사장 수박꿈 

이건 비슷한 내용이 비슷한 에피소드로 반복되는 괴담인데, 

취사병들도 보통은 자기들 생활관에서 취침하지만 

오침이나 특수한 경우에는 취사장에서 자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꿈에 자기가 

주렁주렁 수박이 열린 수박밭에 있더랍니다 

수박들이 하나같이 잘 익어서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고 해요 

그래서 하나하나 통통 쳐가면서 뭘 따서 먹을까~ 하고 즐겁게 고민했다고 해요 

마침 손에 식칼도 들고 있겠다, 잘 익은 거 하나 골라잡아서 우리 취사병들 수박 잘라줘야지~ 하고 룰루랄라하는데 

"!!!!!" 

뭔가 뻥! 하고 큰 소리가 들리더니 잠에서 깨어났는데 

"모모상병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하고 

얼굴에 새하얗게 질린 후임이 자기 팔목을 틀어쥐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자기는 

오른손에 식칼을 든 채 잠들어 있는 전우들 머리통을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전형적인 도시괴담의 군대판이죠. 이걸 얘기해준 선임은 "내가 어젯밤 직접 겪은 일이야!" 라고 강조하더군요 

강조하는 걸 보니 어디에서 들은 얘기가 확실합니다. 




5. GOP귀신 

상병 이후에 GOP에서 근무했는데... GOP에도 꽤 유명한 귀신이 여럿 있지요 

하나는 경례귀신. 

지금은 안 쓰는 소초에 렉토나... 즉 고위간부가 탄 차량이 지나가면 항상 경계병이 경례를 한다는 일화입니다. 

알고 보면 그곳에는 군인이 전혀 살고있지 않은, 버려진 소초! 

그런데 간부가 지나가면 항상 경례를! 

이건 

대대장이 껄껄웃으며 중대장에게 말해준 것을 중대장이 싱기방기해서 소대장에게 말해준 것을 소대장이 너희에게 말해주는 거란다, 라는 식으로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괴담이라서 꽤 신기하긴 했어요 

게다가 

죽어서까지 군예절을 지키는 귀신이라니... 뭔가 멋있기도 하고. 

물론 이 괴담은 

"그러니까 너희도 군예절을 잘 지켜라!" 라는 취지를 가진 간부들의 희망사항괴담 같은 느낌입니다만. 뭐. 

해당 소초는 "수 년 전에 김일병 총기난사사건 알지? 그 때 폐쇄된 소초야..." 하는 식의 괴담이 따라붙습니다만 

애초에 그 김일병은 저희 사단도 아닐뿐더러, "야, 문제가 일어난 사단이라서 당연히 자리 옮겼지... 그 때 당시에는 여기였데!" 

소초가 폐쇄된 이유는 극히 현실적인 이유라는 점은, 괴담에서는 중요하지 않지요. 

또 하나는 순찰귀신. 

GOP소초에서는 각각 경계초와 대기초소가 있는데... 저희 섹터에는 2개의 경계초, 2개의 대기초가 있어서 

끊임없이 순찰을 돌면서 경계를 하거나 대기를 하는 식으로 근무를 섰습니다. 

(중대장이 맨날 각만 잡다가 뇌주름까지 각잡아 펴버렸는지, 원래 쉬어야 하는 대기초소에서도 경계근무를 서라고 명령한 게 훨씬 공포였습니다만) 

그러면 무조건 2명이 한 팀을 이뤄서 이동을 합니다 

그런데 고산지역인 GOP의 특성상 저 멀리에서 오는 근무자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합니다. 

특이하게도 

분명 2명이 한 팀이어야 하는 근무자가 

4명이 오는 겁니다 

그래서 "어? 왜 4명이 오지? 야, 저거 봐, 네 명 맞지?" / "맞지 말입니다? 무슨 일 있는 거 같습니다?" 

하면서 지켜보고 있으면 

도착하는 건 두명. 

그래서 "야, 너희랑 같이 오던 다른 두 명은 어디갔어?" 라고 물어보면 "그게 뭔 X소리야, 우리는 두명이서 왔다고." 라고 대답한다는 괴담이지요. 

그리고... 아. 

그림자 귀신도 있었어요 

밤에 순찰을 하면서 

무조건 선임이 앞에, 후임이 뒤에 서게 되어 있는데 

가로등 그림자로 후임이 따라오는 게 보입니다 

그런데 

가로등에 비친 그림자가 

우로어깨메어총... 에...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어야 하는 총을 

갑자기 슥... 집어들더니 앞으로 겨누는 겁니다 

나를 총으로 찌르려는 거야?! (이거 총 아니야, 존슨) 깜놀해 뒤돌아보면 

멀쩡한 후임이 오른쪽 어깨에 총을 메고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본다는 이야기. 

http://hoogle.co.kr/gnu/bbs/board.php?bo_table=hoogle&wr_id=218&page=4

재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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